2022년 회고 (1) 커뮤니티 기획자가 개발자를 꿈꾸게된 이야기
개요
엄청 늦었지만 2022년 회고.
1편은 사회과학계열 전공 기획자가 개발자로 이직을 결심한 이야기.
주의, 철저히 나의 얘기 기록하는 거라 딱히 도움은 안될 것 같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정보 10, 사담 90의 글이 될 예정입니다.
기획자의 기쁨과 슬픔
2022년 이전 : 커뮤니티 기획자로서의 일!
2022년 1~2월 : 퇴사 여행, 사람만나기
직업을 묻는 질문을 참 자주 듣는다. 나는 언제나 내 직업을 설명하기에 어려움이 들었다.
보통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커뮤니티 기획자'라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내 스스로 그동안의 직업을 규정하자면 지역 활동가이자, 청년 활동가였다. 청소년기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다양성과 도시(서울) 문제에 지극히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사회학을 전공하고 이 직업을 갖기까지 굉장히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동안의 내 일의 전반은 사회 이슈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포착하고 원인과 해결에 대한 가설을 세우는 것으로부터 기획을 시작하기도 하고, 사업 청사진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기획된 사업에서 구체적으로 사업 계획을 짜고 운영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음.. 이렇게 말하면 너무 추상적인가? 구체적으론 의자 앞에서 앉아서 하는 기획서 작성부터 홍보마케팅, 사업 관계자 섭외 및 협업, 공간 기획, 행정회계, 행사할 때 마이크를 잡는 것도 종종 나의 업무 영역이었다. 이런 전반적인 과정을 모두 겪는 것(혹은 일의 A-Z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이 내 성격에는 잘 맞았던 것 같다.
이 일을 하며 정말 힘든 점도 많았지만 막연하게 필요하다 생각했던 것을 현실로 만드는 작업이 너무나 즐거웠다.
입사했던 곳들이 영세한 곳이어서 자유도가 높았다. 기획자의 업무 영역이 넓은 것도 일의 틈틈이 내 관심사를 녹이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새로운 툴, 개념이나 장비를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일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도. 일이 광범위한 것도 별로 문제 되지 않았다. 오히려 매번 새로 습득한 것들을 일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기꺼웠다.
그리고 했던 일들의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후기를 남겨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도 정식 업무는 아니었지만 자처해서 업무로 만들어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것으로 누적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기도 하다.
기획자로 일하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즐거움보다 힘든 일이다.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야하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내가 설득되지 못하는 기획은 일을 할 때마다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와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을 동시에 해야 한다. 기획도 아웃풋이어서 인풋이 없으면 제대로 나오지 못한다. 근데 아웃풋을 내느라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인풋을 넣어줄 시간이 없는 아이러니함😬... 정말 야근은 밥먹듯이 꾸준히 했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내가 아주 좋아하던 일인데도 종종 일에 파묻혀 자기 확신이 안 드는 때는 내 기획을 내가 무서워할 때도 있었다.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이 유의미한가 의심해 보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직무 전환을 결심한 것 중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지 않을까...?
직전 조직에서 일은 3년정도 했다. 21년 12월을 끝으로 퇴직을 하고 나서도 나는 이 직업을 꽤 사랑해서 한 반년 재충전 후 다시 활동가로서 취업을 하리라 의심치 않았다.
근데 분위기 갑자기 개발자 👩🏻💻
2022년 3~4월 : 지인 카페 알바, 취업 준비 👉 개발자로 직무 전환 고민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고 조금 지났을 때였다. 어쩌다 덜컥 코로나19에 걸렸다. 누구 말만 따라 한 3일은 지독하게 아파서 침대를 못 벗어나고 끙끙 앓았다.
근데 4일째부터 침대 위 생활만 하게되자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격리는 4일이나 더 해야 했다. 누워서 영화를 켜두는 것도, 책을 보는 것도 더 지루해질 때쯤 평소 꼭 배우고 싶었던 코딩을 배우자 싶었다. 사실 개발은 성인 이후에 계속 배우고 싶다고 마음 한편에 담아두었던 기술이었다. 옛날 옛적 나모웹에디터로 웹페이지를 만들던 추억이 크게 작용했다. (혹시 다들.. 나모웹에디터 아시는지...?)
그리고 위에도 언급했듯이 나는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호기심도 많은 편이라 배우길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눈치채셨듯이 워낙 시작이 가벼운 사람이다.
구글링으로 몇 번 검색해보니까 사람들이 취미 코딩 강의로 생활코딩을 추천하길래 HTML
부터 천천히 실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개발에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지금도 처음 코딩을 해보겠다고 하는 친구가 있으면 생활코딩 egoing을 추천한다. 한 단계 넘을 때마다 칭찬받는 재미에 어느새 마지막까지 완강을 하고야 마는 것이다.
커뮤니티 기획 업무는 기획 후 준비, 실행 과정이 있어서 누군가의 리액션이 있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반면, 개발의 결과는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사람과 그 날의 기운(?)에 매번 달라지는 모임 분위기도 매력있었지만.. 이게 바로 기술의 묘미인가? 작게 기능을 나누고 한 줄 한 줄 일을 시키고, 이를 설계하고 돌아가게 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공부가 조금씩 늘어나며 할 수 있는 것들의 범위가 확 늘어나는 것도 재미있었다. 동시에 상상의 범위도 늘어나고. 지금까지 했던 일중에 가장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일이었어서 더 신기했다.
또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한 것을 기록하고 아는 것을 나누는 일련의 과정들이 즐거웠다. 이런 진득한 배움의 과정을 나는 깊게 바라고 있었던 것같다.
한 2~3주 틈틈히 생활코딩 커리큘럼을 따라가다가 뼈문과인 내 주변 유일한 개발자인 친구를 만났을 때 조심스럽게 상담을 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이미 30대인지라 직무를 바꾸는 도전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쪽 업계의 생리를 알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개발을 배운다면 응당 얘기를 듣는 그놈의 "적성"도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 친구도 굉장히 흔쾌히 개발자로의 직무 변경을 추천하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잘 어울릴 것 같다며 격려까지 해주었다🥲 한 4시간여 가량 고민하는 바를 상의한 뒤, 당일에 바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6개월 교육 듣는다면 원래도 쉬면서 재충전하려고 했으니 맘처럼 잘 안되더라도 그냥 쉬는 셈치자는 안일한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 1달 만에 무너질 마음)
그리고 그 후 1주일 안에 국비교육을 신청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갑자기 진로를 확 틀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사실 나는 내가 가진 역량을 하나 더 키운다라는 측면이 더 크다. 물론 돈을 버는 방법은 바뀌겠지만, 기술을 하나 더 가짐으로써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더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개발자로 일할 수 있다면 그것도 행운이다. 살아남을 수 있는 개발자라니!
하지만 또 새로운 길을 찾아 가더라도 그것 나름대로 좋을 것 같다. 내가 지금 배운 프로그래밍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잘 쓸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사실 국비교육 수강에 대한 정보가 궁금할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별로 안궁금할 얘기랑 분리해봤다.
2편은 뼈문과가 국비 교육 수강하면서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이다.